보고듣고느끼고2018. 3. 5. 03:05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엘튼 죤은 자신의 예술성이 한물 갔음을 입증했고 
돈 맥글린은 아예 뽕짝으로 나섰다. 
송×식은 더욱 원숙해졌지만 
자칫하면 서××처럼 될지도 몰랐고 
그건 이제 썩을 일밖에 남지 않은 무르익은 참외라는 뜻일지도 몰랐다.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 최승자, 올 여름의 인생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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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gsw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