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듣고느끼고2011. 11. 11. 17:01


 



YECA 프로그램 수료식에서 부상으로 받은 도서상품권(무려 십만원!)으로 책 세권을 샀다.
처음엔 이참에 정혜윤 PD의 책을 모두 구입하자! 라는 마음이었지만
검색해보니 학 내 서점에는 정혜윤씨의 책이 들어와 있지 않았던 것. 흑.
그래서 그 중 들여올 수 있는 출판사(푸른숲, 민음사)에서 나온 두 권
<런던을 속삭여 줄게>와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주문해 두고 다른 책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해서 결국 고른 책은
- 왠지 두고두고 읽어야 할 것만 같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
- 아마도 김 훈 콜렉션의 첫 권이 될, 최신작 <흑산>
- 정호승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이렇게 세 권. <A가 X에게>는 없었다.  

평소에 사비 들여 사기엔 약간 부담스러운 전공 관련 책이나 원서를 살까 하는 생각도 있고  
<생각의 탄생>과 <유엔 미래보고서>도 사고싶은데, 조금 더 고민해봐야겠다.
그냥 도서상품권이면 더욱 좋았을텐데, 규모가 작은 학 내 서점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라
선택에 제한이 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고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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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gswann
배우며2011. 1. 29. 13:13
"도서관이 무한해도 똑같은 책 두 권은 없다"
[정혜윤 PD와 고전 명작소설 읽기①] 샤르트르 <말>,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등
10.08.26 15:06 ㅣ최종 업데이트 10.08.26 15:06 김동환 (heaneye) / 권우성 (kws21)
  
정혜윤 PD가 24일 저녁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혜윤의 고전 명작소설 읽기' 강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정혜윤
지난 2009년 국내에 쏟아진 신간 도서는 총 4만 2191종. 매년 많은 책들이 새로 태어나고 또 생명력을 잃는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이 치열한 생존 시장에서 어떤 책들은 수십, 수백 년씩 살아남기도 한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책들이 현대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정혜윤 CBS PD는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에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정혜윤 PD와 고전 명작소설 읽기' 강의에서 "고전 소설들은 특히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고전은 내 삶에 대한 자극을 주고 나를 더욱 열심히 살아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왜, 무엇을 하려고 태어났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정 프로듀서는 샤르트르의 <말>,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로베르토 벨라뇨의 <칠레의 밤>, 앙드레 브루통의 <나자>, 자끄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등 다수의 고전 소설들을 소재로 강의를 이어갔다. 정 PD는 "열네 살 때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수십 년 후에 읽으니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며 수강생들에게 고전 독서를 권했다.


'매력적인 독서가' 정혜윤 PD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독서 비법으로 '여러 번 읽기', '다른 책과 연결시켜 읽기', '서평 쓰기', '책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지기'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좋은 소설, 절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


"살다 보면 헷갈릴 때 있잖아요. 예컨데 위장전입을 그렇게 많이 하고도 공직에 나서겠다는 장관 후보가 미친 사람인가, 아니면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미친 사람인가 같은 거 말이에요. 고전을 보면 이런 것들과 비슷한 상황들이 나와요. 그리고 책 속에서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많이 배우게 되죠."


정 PD는 '도서관이 아무리 무한해도 똑같은 책 두 권은 없다'는 보르헤스의 말을 빌어 강의 내내 삶과 책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책은 저자가 마침표를 찍거나 인쇄되는 순간 그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얘기다.


독자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책의 가치가 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 PD는 톨스토이의 <부활>을 예로 들었다. 그녀는 "이 책에는 매우 열악한 교도소가 나오는데 이곳의 교도소장은 자신의 교도소가 매우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라고 여기며 자랑하는 장면이 있다"며 "이 교도소장의 말투를 보면 최근 참여연대에서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고 '6300원짜리 황제의 삶' 운운한 차명진 의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 PD는 책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도 여러 예를 들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샤르트르의 <말>은 '내가 왜 태어났는지', '꼭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되는 작품이다. 또한 20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르타 뮐러의 장편소설 <숨그늘>은 사회적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숨그늘>은 루마니아에 사는 독일인이 부모가 전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소비에트 연방의 수용소로 끌려가는 내용이에요. 이들이 기차를 타고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방에 있는 수용소로 끌려갈 때, 가다가 기차를 잠시 멈추고 남녀가 함께 대소변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그들은 함께 대소변을 보면서 서로 바라보거나 구경하지 않아요. 저는 그 장면에서 '연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느꼈지요."


정 PD는 강의를 마치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독서법으로 여러 권의 책을 연결시켜 읽기를 추천했다. 조지 오웰의 <1984>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함께 읽으면 좋고, 단테의 <신곡>과 오르한 파묵의 책들 역시 비슷한 주제를 공유하고 있어 같이 읽으면 재미있는 책들이다. 정 프로듀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1930년대를 알고 읽어야 훨씬 재미있는 소설"이라며 "좋은 소설은 그 시대의 산물이므로 인문·사회 도서와 고전 소설을 함께 읽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 2011 OhmyNews
Posted by Songswann
배우며2011. 1. 29. 12:36
책벌레 5인에게 물어보니…

오미환기자 mhoh@hk.co.kr 

새해 첫날 '책과세상' 은 책벌레들의 탐욕을 욕하기로 했다. 책에 관한 한 대식, 폭식, 미식을 일삼는 그들에게 감탄하다 보면 은근히 샘이 난다. 그래서 심술을 부려보기로 했다.

책만 읽는 바보, 이름하여 '간서치' 를 자칭했던 200년 전 조선 실학자 이덕무를 사모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책벌레들을 따라하다 보면 그들처럼 책에서 멋진 신세계를 발견하는 '쾌거' 가 가능하지 않을까. 거기에 이르는 길을 '염탐' 하기 위해 소문난 책벌레들에게 8가지 질문을 정찰병으로 보냈다. 그들에게 책과 독서는 어떤 의미인지, 새해에는 어떤 책 세상으로 떠날 건지, 그들의 독서를 방해하는 '웬수' 는 누군지 등을 물었다.

다섯 명(아니, 다섯 마리인가)의 책벌레들이 다분히 시샘어린 질문에 답했다. 이번 주 신간 <연애에 말 걸기>까지 올해만 여섯 권, 통산 24번째 책을 낸 인디라이터 명로진,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라는 부제를 단 <침대와 책>으로 잘 알려진 CBS 라디오 PD 정혜윤, 베스트셀러 <과학 콘서트>의 저자이면서 인문학 책도 오지랖 넓게 탐식하는 과학자 정재승, 한국의 국가대표급 20대 젊은 피아니스트이면서 독서의 내공을 발휘해 연주회 프로그램 노트를 직접 쓰는 손열음, 책 읽기가 직업인데도 지겨워 하는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이는 도서평론가 이권우. 그들이 말하는 책 세상으로 이제 슬슬 들어가보자.

책벌레 5인에게 물어보니…

1. 나에게 책은(독서는) _____ 다
2. 새해 독서계획
3. 꼭 읽을(읽고 싶은) 책
4. 책과 친해지려면
5. 괴로운 독서 / 즐거운 독서
6. 독서 장애물 1호
7. 책, 난 이렇게 고른다
8. 롤모델로 삼은 책벌레가 있다면?

나에게 책은 속깊은 애인 이다

1. 나에게 책은(독서는) '속깊은 애인'이다. 인간에게 상처 받았을 때, 다른 존재들에게 실망했을 때 나는 책 애인을 찾는다. 그는 아무 말 없이(이게 중요) 나를 받아들인다. 나 자신에게 버림받았을 때조차 책 애인에게 돌아간다. 그는 조근조근 나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소외되었던 수많은 위인들의 이야기를. 그들도 한때 자신의 애인들이었음을.

2. 새해 전반기에는 공자에 대한 책을 주로 읽을 계획이다. 후반기에는 동양 고전을 좀 더 읽으려 한다. 맹자, 장자, 노자 그리고 제자백가 및 당ㆍ송 시기의 한시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계획이다.

3. 공자의 <논어>와 공자 평전, 그리고 고우영 만화 전집. 반드시 읽어야 하나 여전히 손도 못대고 있는 단테의 <신곡>, 토머스 무어의 <유토피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꼭 꼭 꼭 읽어 보고 싶다. 더불어 1920~40년대 한국 소설들. 염상섭, 현진건, 박태원, 김동리, 김동인….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4. 못된 놈한테 한 번 당해 봐야 안다, 책이 얼마나 괜찮은 친구인지를. 성질 나쁜 여인에게 한 번 차여 봐야 안다, 책이 얼마나 훌륭한 연인인지를. 믿었던 친구한테 한 번 속아 봐야 안다, 책이 얼마나 의리있는지를. 나는 기본적으로 책을 더럽게 본다. 찢고, 줄치고, 내던지고, 접는다. 책을 죽죽 찢어서 책상 위에 붙여 놓고 읽다가 나중에 다시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 놓는다. 병 주고 약 주기. 그래야 책과 정이 들고 친해진다. 곱게만 대했다간 책은 곧 죽은 장식이 되고 만다.(그동안 못되게 굴어 미안하다. 책들아.)

5. 통장이 넉넉하면 독서가 즐겁다. 통장이 마이너스로 바뀌면…. 통장이 차고 넘치면 나는 멕시코 칸쿤의 카리브 해안으로 달려가 파라솔 아래에서 코맥 맥카시를 읽고 있을 거다.

6. 일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내는 친구 놈들.

7. 주로 인터넷서점을 통해 구입한다. 종종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도 한다. 대출 받은 책을 읽다가 너무 좋으면 그만 읽고 반납한다. 그래야 사서 나머지를 볼 수 있으니까.

8. 정혜윤 CBS 라디오 PD. 그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는다. 잠이 많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명로진 (인디라이터)

나에게 책은 진짜 여행 이다

1. 나에게 책은(독서는) '진짜 여행'이다. 연주 여행을 너무 많이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여행 자체의 의미는 거의 퇴색된 채 육체적으로만 이 곳 저 곳 다닐 때가 많다. 가만히 한 곳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 '진짜' 여행처럼 느껴진다.

2. 특별한 계획은 없다. 평소 특별한 독서 방식이나 습관도 없다.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피아노 연습할 때 빼놓고는 무엇을 하든 관계없이 항상 음악을 틀어놓고 사는데 책 읽을 때만은 음악을 안 트는 것 정도?

3. 얼마 전에 움베르토 에코를 처음으로 제대로 읽었는데 좋아서 올해 몇 권 더 읽어볼까 한다. 제일 좋아하는 책 분야는 한국근대문학이다. 작품 수도 노다지고 읽은 걸 또 읽어도 좋은 작품이 많아 자주 읽는다.

4. 아주 어렸을 적부터 계기도 이유도 별로 없이 유달리 책을 좋아했다. 당시에는 책을 안 읽는 사람들은 깊이가 없을 거라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꼭 책과 친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떨 땐 책을 읽는 것보다 하늘을 한 30분 동안 쳐다보고 있는 게 더 좋을 때도 있고.

5. 나에게 독서는 항상 즐겁다. 괴로운 독서란 건 뭔지 잘 모르겠다.

6. 비행기? 게이트 앞에서 책을 읽고 있다가 비행기 타러 들어갈 때 되면 잠시 멈춰야 되고, 탑승하면 또 피곤해서 자게 되니 그만 읽게 되고, 그러다 깨서 또 읽을라 치면 내려야 하고….

7. 그야말로 내 느낌대로 고른다. 책을 고르는 원칙 같은 건 전혀 없다. 다만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책을 골라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고전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다른 예술작품으로의 링크가 형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다른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8. 롤 모델이라고까지 할 건 아니지만, 아빠. 책 읽기에 있어서 매우 자유로운 사람인 것 같아서.
손열음 (피아니스트)

나에게 책은 트위터 보완재 이다

1.나에게 책은(독서는) '트위터 보완재'다. 필요한 정보를 트위터나 인터넷에서 얻는다. 그러나 더 깊이 있는 정보와 성찰이 필요할 때는 책을 읽는다.

2. 평소대로. 1주일에 한 권은 정독을 하고, 네다섯 권은 속독을 하는 편이다. 한 달에 20권 정도 읽는데, 새해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3. 지난해 주목했던 책은 인간의 소비에 관한 책이었다. 제프리 밀러의 <스펜트> 처럼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구매를 결정하는가를 진화적 관점에서 설명한 책들을 열심히 봤다. 올해는 문화인류학에 관련된 책들, 특히 도시인류학 책을 읽어보겠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인 나를 한발짝 떨어져서 보고 싶다.

4. 굳이 강요하지 않는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만끽하면 저절로 친해지게 된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싶으면, 내 부모님이 쓰신 방법인데, 뛰어놀라고 하고 부모는 책을 열심히 보면 된다. "너희는 책 읽으면 안돼"하면, 나중에 몰래 읽을 것이다. 성인들에게는 자신의 일과 상관없는 분야의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유용한 정보를 얻고자 책을 읽으면 그 책에 그런 게 있나 없나 따지느라 즐기지 못한다. 순수한 재미로 읽으면 오히려 자기 분야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5. 괴로운 독서는 별로 없다. 굳이 꼽자면 읽으면 읽을수록 읽어야할 책이 늘어난다는 것. 즐거운 독서라면 외국에 학회에 나가기 전에 서재를 어슬렁거리며 비행기에서 읽을 책 서너 권을 고르는 것. 읽으려고 사뒀으나 읽지 못한 책들을 뒤져보는 게 즐겁다.

6. 아이패드다. 물론 아이북스를 통해 오래된 고전이나 철학서적을 원서로 보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이북스로 독서하면 독서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아이패드로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하게 된다.

7. 신문의 북섹션, 인터넷 서점의 서평 등을 참조한다. 그래도 혹시 놓친 책들이 없는지 2~3주에 한 번씩 큰 서점을 찾아가 두 시간 정도 돌아다니며 훑어본다. 책은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인데 서문을 꼼꼼히 읽는다. 서문이 매력적이면 살 만한 가치가 있다.

8. 별로 없다.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나에게 책은 일상 이다

1.나에게 책은(독서는) '일상'이다. 너무나 당연히 내 삶과 늘 함께하기 때문이다.

2. 책 읽는 것이 직업이라서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읽을 예정이다. 보통 1주일에 40~50권 정도 읽는다. 특별히 집중해서 읽고 싶은 분야는 없다. 늘 그렇듯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남독이 나의 독서 습관이다. 새해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3. 마르크스의 <자본>과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꼭 다시 읽겠다. 대학시절에 절반 정도 읽다가 어려워서 포기했다. 지난해 <자본>이 완역된 점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했다. 그런데 <자본>을 이해하려면 헤겔 공부가 필수적이라 <정신현상학>도 읽을 예정이다. 두 책을 처음 접했던 때는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번역된 책들은 학문적으로 흠결을 잡지 않아도 될 정도로 번역수준이 높아져 안심하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전환적 국면에 처해 있는 이 시점에서 두 책은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4.자기 눈높이에 맞는 책부터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즐겁고 재미있으면 마다할 사람이 없을 터다. 전문가나 다른 사람들이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고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읽었는데 수준보다 높으면 오히려 그 책을 멀리하게 된다. 자신에게 흥미로운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5. 모든 독서는 괴롭지 않은가. 독서란 힘들고 어렵고 도전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읽으며 이해하고 깨닫게 되면 즐겁고 행복한 독서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모든 독서는 종국에는 즐거운 독서가 아닐까.

6. 어쩔 수 없이 늘 책을 읽어야하는 내게 유일한 장애물이란 나 자신의 게으름이 아닐까.

7.주말에 나오는 신문 북섹션을 비교해가면서 훑어본다. 인터넷으로 책을 사기는 하지만 인터넷에서 책에 관한 정보를 얻지는 않는다. 일반인들이라면 목차보다는 서문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서문은 저자가 가장 긴장해서 열심히 쓰는, 그 책에서 가장 양질인 컨텐츠다.

8. 없다. 모두는 모두에게 스스로 롤모델이 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나에게 책은 가능성의 연인 이다

1. 나에게 책은(독서는)'가능성의 연인'이다. 왜냐하면 사랑이 그런 것처럼 내가 좀 더 새로워지고 더 나아지길 원하게 하니까. 둘이 붙어서 진리를 추구하고 싶게 하니까.

2. 지난 이삼년 꾸준히 고전소설을 읽고 있다. 그때 무척 행복했다. 그러니 계속해야지. 고전소설과 그 배경이 될 만한 사회과학 책을 섞어 읽는다.

3. 고전 소설 중 어린 시절에 읽고 팽개친 책을 다시 읽고 싶다. <피터팬>이나 <왕자와 거지>, <빨강머리 앤> 같은 동화책도 포함해서.

4.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에 항상 책을 끼고 다녀라. 그러면 책과 친해진다. 책 이야기를 즐겁게 들어줄 친구가 있으면 좋다. 짧게라도 읽은 것들에 대해 써보기 시작한다.

책과 대화할 수 있으면 더 좋다(이를테면 "그 때 왜 그랬니? 나라면 안 그럴 텐데" 등등의 이야기를 주인공에게 던진다).

5. 그냥 읽기만 할 땐 즐겁고, 읽고 써야할 땐 괴롭다. 책 속의 주인공이나 세계관이 진부하면 괴롭고, 반대로 내가 진부한 걸 발견하면 즐겁다.

6.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는 모든 게 다 '웬수'다. 밥 먹는 것도, 씻는 것도.

7. 책 속에서 책을 찾는다. 책 속의 책, 책이 지시하는 책을 찾아 읽는다. 각주와 인용에 나온 책들을 따라 책들 사이로 여행하기

8. 롤 모델이라기보다는 고전 번역가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책벌레 롤 모델은 없고 이미지는 있다. 옷자락을 살짝 걷어 올리고 있는 아름다운 연인의 조각품 밑에서 치마속을 궁금해 하는 게 내가 독서가들에게 가지고 있는 이미지다.
정혜윤 (CBS 라디오 PD)

Posted by Songsw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