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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16 신영복
  2. 2012.06.05
보고듣고느끼고2012. 6. 16. 03:24

*

- 독서는 타인의 사고를 반복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얻는다는 데에 보다 참된 의의가 있다.

 

- 세상이란 관조(觀照)의 대상이 아니라 실천의 대상이다.

 

- 퇴화한 집오리의 한유(閑遊)보다는 무익조(無翼鳥)의 비상하려는 안타까운 몸부림이 훨씬 훌륭한 자세이다.

 

- 인간의 적응력, 그것은 행복의 요람인 동시에 용기의 무덤이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24

 


*

형님의 결혼에 대하여 네가 몇 가지 객관적 조건에 있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어떤 기성(旣成)의 형태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개인이 이룩해놓은 객관적 '달성' 보다는 주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지향'을 더 높이 사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너도 알고 있듯이 인간이란 부단히 성장하는 책임귀속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간관계는 상대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는 일종의 동태관계인 만큼 이제부터는 그것의 순화를 위하여 네 쪽에서 긍정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될 것이다. 1970. 10.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65

 

세상엔 멋진 사람 잘난 사람 참 많지만, 칭찬과 박수 없이도 부단히 성장하면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사람 또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세상 한구석을 따스하게 비추는 수많은 무명씨들의 작지만 꾸준한 빛 덕분에 오늘의 내가 의식도 못한 채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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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gswann
보고듣고느끼고2012. 6. 5. 23:51

      '미'(美) 자는 '양' (羊) '대' (大)의 회의로서 양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큼직한 양을 보고 느낀 감정을 그렇게 나타낸 것이다. 그 고기를 먹고 그 털을 입는 양은 당시의 물질적 생활의 기본이었으며, 양이 커서 생활이 풍족해질 때의 그 푼푼한 마음이 곧 미였고 아름다움이었다. 이처럼 모든 미는 생활의 표현이며 구체적 현실의 정서적 정돈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생활 바깥에서 미를 찾을 수는 없다. 더욱이 생활의 임자인 인간의 미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용모나 각선 등 조형상의 구도만으로 인간의 아름다움을 판단할 수 없음은 마치 공간을 피해서 달아나거나 시간을 떠나 존재하거나, 쉽게 말해서 밑바닥이 없는 구두를 생각할 수 없음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너는 먼저 그녀의 생활목표의 소재를 확인하고 그 생활의 자세를 관찰하며 나아가 너의 그것들과 비교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랑이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알 만하다'는 숙지, 가지의 뜻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미의식의 형성과 미적 가치판단의 훌륭한 열쇠를 주고 있다. 이를테면 너의 머리 속에 들어앉은 이러저러한 여인상이 바로 너의 미녀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기실 너는 사제의 도량형기로써 측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네게 아름다운(可知) 여자가 어머니께는 모름다운(不可) 여자가 되는 차이를 빚는다.

    여기서 말해두고 싶은 것은 너의 여성미 기준이 혹시 매스컴이나 부침하는 유행의 침윤을 당하고 있지나 않는가 하는 의문이다. 스스로의 착소한 시야에 대한 반성이 있다면 인생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한 노인들의 달관과 그 관조의 안목을 낡았다고 비양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는 또한, 신서미 즉 미의 지속성을 그 본질로 한다.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있거니와 부단히 자기를 갱신하지 않는 한 미는 지속되지 않는다. 정체성은 미의 반어이며 권태의 동의어이다. 그러므로 너는 그녀가 어떠한 여자로 변화, 발전할 것인가를 반드시 요량해봐야 한다.

    착한 아내, 고운 며느리, 친절한 엄마, 인자한 시어머니, 자비로운 할머니 등 긍정적 미래로 열려 있는 여자인가 현재 속에 닫혀 있는 여자인가를 살펴야 한다. 이것은 현재를 고정불변한 것으로 완결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연관 속에서 변화발전의 부단한 과정으로 인식하는 철학적 태도이며, 현실성 보다는 그 가능성에 눈을 모으는 열려 있는 시각이다.

    나는 이 편지로 네게 여자를 고르지 말라거나 미녀를 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결혼에 임하여 미의 의미를 새로이 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잘 뿐이다. 사실이지 사람이란 사과와 같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의 반려이며 생활을 통하여 동화, 형성되어 간다는 점에서 우리는 면밀한 선택으로부터 좀 대범해져도 좋을 것이다. '부모나 형제를 선택하여 출생하는가'라는 현문 앞에서는 답변이 없어진다.

    너는 아직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는 같은 가격이면 그 염색료만큼 천이 나쁜 치마이기 십상이다. 어쨌든 금년에는 네가 결혼하기 바란다.

1975. 1. 13.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p.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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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gsw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