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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2 einsamkeit und freiheit
보고듣고느끼고2012. 7. 22. 01:12

세상 어디에도 계속 이어지는 길은 없다고 어느 날 너는 그렇게 떠나갔다

고독과 자유에 대하여- 



사랑이란 여린 갈대를 빠지게 하는 강물이라고도 하죠. 사랑은 영혼에 상처를 내어 피흘리게 하는 면도날과 같다는 말도 있어요. 또 어떤 사람은 사랑은 굶주림으로 가득찬 끝없는 열망이라고도 합니다. 나는 말합니다. 사랑은 꽃이라고. 그리고 당신은 그 꽃의 단 하나의 씨앗이라고. 상처받기를 두려워하는 심장은 춤추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깨어나기를 두려워 하는 꿈은 결코 기회를 잡지 못하며, 자신을 내어주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이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죽기를 두려워하는 영혼은 결코 삶을 살지 못합니다. 밤이 너무 외롭고 갈 길이 너무 멀 때, 사랑이란 운이 좋은 강자만의 것이라고 느껴질 때. 이걸 기억해요, 겨울의 차디찬 눈 밑 깊숙한 곳에 봄이 되면 태양의 사랑과 함께 장미로 피어날 씨앗 하나가 숨어 있다는 것을. 


지속되는 사랑은 없겠지만 사랑에의 기대는 지칠 줄을 모른다. 지금 뭐 하고 있는 지 궁금하고,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면 이것을 사랑의 씨앗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서 드러나지 않은 외로움을 발견할 때 우리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외로움도 사치라고 씁쓸하게 말하던 얼굴이 떠오른다. 어쩌면 씁쓸함은 내가 상상한 걸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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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사람의 고독 속으로 들어가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만일 우리가 다른 누군가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단지 그 사람이 자기를 알리려고 하는 범위 내에서이다. 어떤 남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 추워. 아니면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대신 떠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그 사람이 춥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떨지도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폴 오스터, 《고독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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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런(고독에 대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나는 갑자기 대자연 속에, 후드득 후드득 떨어지는 빗속에, 또 내 집 주위의 모든 소리와 모든 경치 속에 너무나도 감미롭고 자애로운 우정이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나를 지탱해 주는 공기 그 자체처럼 무한하고도 설명할 수 없는 우호적인 감정이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고독은 발견되는 것일까, 발명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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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데려온 원뿔 모양의 작은 향을 만지작 거리며 노라존스를 듣고 있다. 은은하니 향이 좋다. 



저녁 먹고 두 시간 가량 땅거미 진 안양천을 산책했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다리 밑에서 세 남자가 색소폰을 불고, 옆에는 한 여자가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여름밤의 색소폰 연주가 퍽 낭만적으로 느껴져 잠깐 앉아 감상했다. 색소폰 부는 남자는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중년의 나이로 보이는 세 남자는 어쩌다가 색소폰 부는 법을 배우게 되었으며, 어쩌다 서로를 만나 다리 밑에서 공연을 하게 된 걸까. 궁금해 하며 돌아왔다. 뜻 밖에 만난 풍요로움. 이것이 산책하는 이의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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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gsw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