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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9 "도서관이 무한해도 똑같은 책 두 권은 없다"
배우며2011. 1. 29. 13:13
"도서관이 무한해도 똑같은 책 두 권은 없다"
[정혜윤 PD와 고전 명작소설 읽기①] 샤르트르 <말>, 토마스 만 <토니오 크뢰거> 등
10.08.26 15:06 ㅣ최종 업데이트 10.08.26 15:06 김동환 (heaneye) / 권우성 (kws21)
  
정혜윤 PD가 24일 저녁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정혜윤의 고전 명작소설 읽기' 강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정혜윤
지난 2009년 국내에 쏟아진 신간 도서는 총 4만 2191종. 매년 많은 책들이 새로 태어나고 또 생명력을 잃는다. 전쟁터나 다름없는 이 치열한 생존 시장에서 어떤 책들은 수십, 수백 년씩 살아남기도 한다.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책들이 현대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정혜윤 CBS PD는 지난 24일 오후 7시 30분에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정혜윤 PD와 고전 명작소설 읽기' 강의에서 "고전 소설들은 특히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고전은 내 삶에 대한 자극을 주고 나를 더욱 열심히 살아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왜, 무엇을 하려고 태어났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정 프로듀서는 샤르트르의 <말>,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로베르토 벨라뇨의 <칠레의 밤>, 앙드레 브루통의 <나자>, 자끄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 등 다수의 고전 소설들을 소재로 강의를 이어갔다. 정 PD는 "열네 살 때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으며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수십 년 후에 읽으니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며 수강생들에게 고전 독서를 권했다.


'매력적인 독서가' 정혜윤 PD는 수강생들에게 자신의 독서 비법으로 '여러 번 읽기', '다른 책과 연결시켜 읽기', '서평 쓰기', '책을 읽으며 주인공에게 질문을 던지기'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좋은 소설, 절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


"살다 보면 헷갈릴 때 있잖아요. 예컨데 위장전입을 그렇게 많이 하고도 공직에 나서겠다는 장관 후보가 미친 사람인가, 아니면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미친 사람인가 같은 거 말이에요. 고전을 보면 이런 것들과 비슷한 상황들이 나와요. 그리고 책 속에서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을 많이 배우게 되죠."


정 PD는 '도서관이 아무리 무한해도 똑같은 책 두 권은 없다'는 보르헤스의 말을 빌어 강의 내내 삶과 책의 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책은 저자가 마침표를 찍거나 인쇄되는 순간 그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는 얘기다.


독자가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책의 가치가 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 PD는 톨스토이의 <부활>을 예로 들었다. 그녀는 "이 책에는 매우 열악한 교도소가 나오는데 이곳의 교도소장은 자신의 교도소가 매우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이라고 여기며 자랑하는 장면이 있다"며 "이 교도소장의 말투를 보면 최근 참여연대에서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고 '6300원짜리 황제의 삶' 운운한 차명진 의원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 PD는 책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과정에 대해서도 여러 예를 들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샤르트르의 <말>은 '내가 왜 태어났는지', '꼭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가 되는 작품이다. 또한 200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헤르타 뮐러의 장편소설 <숨그늘>은 사회적 연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숨그늘>은 루마니아에 사는 독일인이 부모가 전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소비에트 연방의 수용소로 끌려가는 내용이에요. 이들이 기차를 타고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방에 있는 수용소로 끌려갈 때, 가다가 기차를 잠시 멈추고 남녀가 함께 대소변을 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소설 속에서 그들은 함께 대소변을 보면서 서로 바라보거나 구경하지 않아요. 저는 그 장면에서 '연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느꼈지요."


정 PD는 강의를 마치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독서법으로 여러 권의 책을 연결시켜 읽기를 추천했다. 조지 오웰의 <1984>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는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시스템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함께 읽으면 좋고, 단테의 <신곡>과 오르한 파묵의 책들 역시 비슷한 주제를 공유하고 있어 같이 읽으면 재미있는 책들이다. 정 프로듀서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1930년대를 알고 읽어야 훨씬 재미있는 소설"이라며 "좋은 소설은 그 시대의 산물이므로 인문·사회 도서와 고전 소설을 함께 읽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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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gsw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