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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31 글을 (잘) 쓴다는 것
살며2011. 3. 31. 20:22

이번학기 '인문사회심화글쓰기'란 수업을 교양으로 수강하면서,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학보사 기자 경력에, 책을 좋아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표면적으로는 '글 좀 쓰는 애'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을 완성된 글을 써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할 정도로 글쓰기와 거리를 둬왔다. 가끔은 모국어로도 깔끔하게 글 한 편 써내지 못하면서 영어로 에세이나 기사를 잘 쓰고자 한다는게 어불성설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늘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발터 벤야민의 에세이 한 편을 옮겨 적는다. 짧은 글이지만 촘촘하고 설득력이 있다.
 

   훌륭한 작가는 그가 생각하는 것 이상은 더 말하지 않는다. 말한다는 것은 이를테면 표현하는 것만이 아니라 동시에 사고의 실현을 뜻하는 것이다. 따라서 걷는다는 것도 어떤 목적에 도달하고자 하는 욕망의 표현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욕구의 실현인 것이다. 그러나 그 실현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는ㅡ그것이 목적에 맞추어 정확하게 이루어지든 아니면 마음내키는 대로 부정확하게 이루어져 소기의 목적에서 벗어나든ㅡ길을 가는 사람의 평소 훈련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그가 자제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또 불필요하게 샛길로 어슬렁거리는 움직임을 피하면 피할수록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충분히 제 구실을 하게 되고 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목적에 더 부합하게 되는 것이다.
   나쁜 작가에게는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법이다. 그는 이러한 많은 아이디어 속에서 마치 훈련을 받지 못한 조악한 주자가 스윙이 큰 암팡지지 않은 육신의 동작 속에서 허우적대듯 자기 자신의 정력을 탕진해 버린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는 그가 생각하는 바를 한번도 냉철하게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훌륭한 작가의 재능이란, 그의 사고에 정신적으로 철저하게 훈련된 어떤 육체가 제공하는 연기와 그 연기의 스타일을 부여하는 일이다. 그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글을 쓰는 행위는 그 자신에게가 아니라 다만 그가 얘기 하고자 하는 것에만 도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 <글을 잘 쓴다는 것>
 

자기가 생각하는 것 이상을 말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이, 참신하고 새로운 글을 쓰며,  
너무 적게도, 그렇다고 너무 많이도 생각하지 않고 어디까지 사고할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하며,
자기가 쓸 수 있는 것을 쓰는 사람이 되고싶은데, 퍽 이상적이지만 결코 쉽지 않다.  

아우라(Aura)
"가깝고도 먼 어떤 것의 찰나적인 현상(einmalige Erscheinung einer Ferne, so nah sie sein mag)"
유일무이한 현존성

수업 중 '사변적'이라는 개념이 와닿았다.

배설, 소통, 자기위안, 자기실현, 놀이, 인정받기 위한 수단등으로서의 글글글.
앞으로 살아가면서 글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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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ongsw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