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며2018. 3. 12. 11:15

인간에게서 진화한 특질은 무엇인가? 생명? 당연하다. 하지만 자유? 생물학에 그런 것은 없다. 평등이나 권리, 유한회사와 마찬가지로 자유란 사람들이 발명한 무엇이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행복은 또 어떤가? 생물학 연구에서는 지금껏 행복을 명확히 정의하거나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의 생물학 연구는 쾌락이 존재한다는 것만을 인정한다. 쾌락은 좀 더 쉽게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로 번역되어야 한다. 

... 

아무것도 신봉하지 않는 냉소주의자는 탐욕스러울 가능성이 적다. 

...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나 민주주의, 자본주의 같은 상상의 질서를 믿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사람들을 철저히 교육 시켜야 한다.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상상의 질서가 정확히 어떻게 삶이라는 직물속에 짜 넣어졌는지를 설명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사람들이 가장 개인적 욕망이라고 여기는 것들조차 상상의 질서에 의해 프로그램된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향해 스스로를 활짝 열어야 하고, 다양한 관계들을 두루 맛보아야 하며, 평소와 다른 요리를 시식해봐야 하고, 다른 종류의 음악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라고 말이다. 이 모두를 실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중 하나는 반복되는 일상과 친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먼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와 냄새와 취향과 규범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이 어떻게 나의 시야를 넓히고 내 인생을 바꾸었는가"하는 낭만주의적 신화를 되풀이해서 듣는다. 


다양성을 권하는 낭만주의는 소비지상주의와 꼭 들어맞는다. 양자의 결합은 현대 여행산업이 기반으로 하고있는 무한한 '경험의 시장'을 탄생시켰다. 

...

문화는 자신이 오로지 부자연스러운 것만 금지한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부자연스러운 것이란 없다. 가능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말로 부자연스러운 행동, 자연법칙에 위배되는 행동은 아예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금지할 필요가 없다... 진실을 말하자면 '자연스러움'이란 기독교 신학에서 온 것이다. 자연스러움이란 말의 신학적 의미는 자연을 창조한 신의 뜻에 맞는다는 뜻이다. 

...

프랑스 혁명 이래 세계 모든 곳의 사람들은 점차 평등과 개인의 자유를 근본적 가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두 가치는 서로 모순된다. 평등을 보장하는 방법은 형편이 더 나은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 이외에 없다.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키는 모순. 

...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위해 끊임 없이 생산량을 늘려야 하고, 누군가 그것을 사주어야 함. 소비지상주의는 대중심리학(just do it!)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탐닉은 당신에게 좋은 것이며 검약은 스스로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설득하려 무진장 애썼다. 

오늘날의 풍요사회에서 건강에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비만인데, 그 폐해는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입는다. 미국 사람들이 해마다 다이어트를 위해 소비하는 돈은 나머지 세상의 배고픈 사람 모두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 액수다. 비만은 소비지상주의의 이중 승리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고 다이어트 제품을 산다. 경제성상에 이중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

사람들이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은 이런저런 덧 없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감정이 영원하지 않다는 속성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갈망을 멈추는 데 있다. 


우리가 스스로 주관적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집착하게 되고, 괴로움도 더욱 심해진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닌,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Posted by Songswann